언더 더 스킨: 인간성과 타자성,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가?
<언더 더 스킨>(Under the Skin, 2013)은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성과 타자성의 본질을 탐구하며,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묻는다. 영화는 외계 존재인 주인공(스칼렛 요한슨)이 인간 사회에서 적응해 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단순한 육체적 형태가 아니라 감정과 경험 속에서 정의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1. 인간성과 감정, 우리는 어떻게 인간이 되는가?
영화 속 외계 존재는 처음에는 인간을 단순한 사냥감처럼 여긴다. 그녀는 낯선 남성들을 유혹하여 어두운 공간으로 유인한 뒤, 그들을 액체 속으로 가라앉게 만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고, 감정을 경험하며,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 개념은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자연 상태’와 연결된다. 루소는 인간이 원래 순수한 존재이지만, 사회와 관계를 맺으면서 도덕적 감각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영화 속 외계 존재 역시 처음에는 인간에 대한 도덕적 개념이 없지만, 점점 인간의 감정을 배우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 간다. 또한, 데이비드 흄(David Hume)의 감정 윤리와도 연결된다. 흄은 인간이 이성보다 감정을 통해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고 주장했다. 영화 속 외계 존재는 처음에는 이성적으로 인간을 사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을 경험하고 인간성을 획득해 간다. 그녀는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동정심을 느끼며, 결국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렇다면 인간성이란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인가, 아니면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것인가? 영화는 감정을 통한 인간성의 형성을 강조하며, 인간됨이란 단순한 육체적 형태가 아니라 감정과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2. 타자성과 소외,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영화 속 외계 존재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인간과는 다른 존재다. 그녀는 인간 사회에 섞여 있지만, 인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혼란스러워진다. 이는 타자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구별하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이 개념은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과 연결될 수 있다. 사이드는 서구가 동양을 ‘이질적인 타자’로 규정하며, 그들을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바라본다고 주장했다. 영화 속 외계 존재도 인간 사회에서 철저히 이방인으로 존재하며, 인간들은 그녀를 단순한 성적 대상으로만 본다. 또한, 엠마누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의 ‘타자의 얼굴’ 개념과도 관련이 있다. 레비나스는 우리가 타자를 인식할 때, 그들의 얼굴을 통해 윤리적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화 속 외계 존재 역시 인간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그들을 단순한 사냥감이 아닌,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인간 사회에서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그녀가 인간성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그녀를 여전히 타자로 바라본다. 이는 인간성과 타자성의 경계가 단순히 감정이나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인식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자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인간성과 타자성의 경계는 어디에서 형성되는가? 영화는 우리가 서로를 인식하는 방식이 단순한 생물학적 차이뿐만 아니라, 사회적 구조 속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3. 결론: <언더 더 스킨>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영화 <언더 더 스킨>은 단순한 외계인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성과 감정, 타자성과 소외라는 깊은 철학적 질문이 담겨 있다. 영화는 인간성이 단순한 육체적 형태가 아니라, 감정과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타자성이란 단순히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 속에서 형성되는 개념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인간과 타자를 어떻게 구별하며, 무엇을 기준으로 서로를 정의하는가? 결국, <언더 더 스킨>은 우리가 인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묻는다. 인간성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인가, 아니면 경험을 통해 획득되는 것인가? 우리는 타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영화는 이 질문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